일론 머스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때, 나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정작 중요한 것은 비어있는 곳에서 온다는 것을 깨달은 한 노교수의 이야기
아무것도 없는 화면 앞에서 오히려 더 또렷해졌다
퇴직하고 나서 처음 몇 달은 정보를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던져주는 영상을 하루 서너 시간씩 보고, 뉴스 앱 알림이 울릴 때마다 반사적으로 화면을 켰다. 누군가 무언가를 말하면 나는 그것을 받아 적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40년 가까이 강단에 서며 몸에 밴 습관이었다. 학생들에게 최신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퇴직 후에도 나를 놓아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일론 머스크의 SNS 피드를 열었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새로운 글이 없었고, 선언도 없었고, 예고도 없었다. 그냥 조용했다. 나는 그 화면을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이상한 평온함을 느꼈다.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사람 중 하나가 조용할 때, 그 침묵이 오히려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역설이었다. 콘텐츠가 없을 때, 나는 비로소 내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꺼내보기 시작했다. 받아 적을 것이 없으니, 내가 직접 생각해야 했다. 50대 중반에 처음으로 Jekyll을 이용해 블로그를 만들어 보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 즈음이었다.
정보를 소비하다가 정보를 만드는 사람이 되기까지
처음에 Jekyll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솔직히 겁부터 났다. 터미널 명령어, GitHub 저장소, Markdown 문법. 젊은 사람들이 쓰는 언어 같았다. 하지만 내가 배운 것은 이것이었다. 어렵다는 것과 못 한다는 것은 다르다.
첫 번째 시도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Ruby 설치부터 막혔고, 환경변수라는 개념 앞에서 포기할 뻔했다. 그러나 나는 그 실패를 논문 초고를 망쳤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대했다. 버리지 않고, 다시 읽고, 어디서 틀렸는지 찾았다. 이틀 후에 로컬 서버에서 처음으로 내 블로그 화면이 떴을 때의 그 기분은 지금도 생생하다. 텅 빈 흰 화면이었지만, 그것은 내가 만든 텅 빈 흰 화면이었다.
Jekyll과 GitHub Pages의 조합은 50~60대에게 특히 의미 있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비용이 들지 않고, 내 글이 어디에도 종속되지 않는다. 네이버 블로그나 티스토리는 플랫폼이 정책을 바꾸면 내 글이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GitHub Pages에 올린 Jekyll 블로그는 내가 쓴 Markdown 파일이 그대로 남는다. 마치 종이에 직접 쓴 일기처럼.
시니어가 기술 블로그를 써야 하는 진짜 이유
많은 분들이 묻는다. “교수님, 이 나이에 기술 블로그를 써서 뭐가 달라지나요?” 나는 이렇게 답한다. 달라지는 것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입니다.
글을 쓰기 위해 무언가를 배울 때, 우리는 단순히 정보를 축적하는 것이 아니다. 그 정보를 남에게 설명할 수 있는 형태로 재구성하는 훈련을 한다. 이것이 인지 기능 유지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미 여러 연구에서 밝혀져 있다. 은퇴 후 가장 무서운 것은 몸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근육이 굳어버리는 것이다.
Jekyll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나는 매주 최소 하나의 포스트를 쓴다. 주제는 다양하다. 어떤 날은 Ruby 버전 충돌을 해결한 방법을 쓰고, 어떤 날은 GitHub Actions로 자동 배포를 설정한 과정을 기록한다. 처음에는 누가 읽을까 싶었지만, 지금은 알고 있다. 가장 충실한 독자는 6개월 후의 나 자신이라는 것을.
Chirpy 테마는 특히 이 용도에 잘 맞는다. 카테고리 분류와 태그 시스템이 직관적이고, 검색 기능이 기본으로 내장되어 있어 내가 과거에 쓴 글을 다시 찾기 쉽다. 마치 잘 정리된 연구 노트처럼 쓸 수 있다.
지금 당장 빈 파일 하나를 열어라
일론 머스크의 빈 피드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결국 이것이다. 비어 있는 공간은 결핍이 아니라 가능성이다.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Markdown 파일 하나는, 내가 무엇이든 채울 수 있다는 뜻이다.
당신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이미 절반은 시작한 것이다. 오늘 GitHub 계정을 하나 만들고, Jekyll Chirpy 테마를 포크해보자. 설치가 안 되면 오류 메시지를 복사해서 검색하면 된다. 그것도 배움이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작동하는 블로그는 없다. 하지만 첫 포스트를 올린 블로그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 첫 포스트의 주인공이 바로 지금의 당신이 될 수 있다.